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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알라바마 그리고 몽고메리는 왜 이렇게 별로인가? 1편 - 세금과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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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20년을 살고,

잠깐 몽고메리에서 살다가,

덴버에서 5년을 살았다.

 

그러다 다시 몽고메리, 알라바마로 돌아왔다. 

 

가장 활기차고 화려해야 할 다운타운은 무너질 듯 위태롭다.

군데군데 비어 있는 상가들이 많고, 의외로 홈리스들도 자주 보인다.

 

폐업하는 곳들도 꽤나 많고, 

한인이 꽤 많지만, Hmart는 여전히 들어오지 않았다. (공사한다는 소문만 6년째. 솔직히 이제 안 믿는다.)

 

돈 좀 있는 동네에 가봐도, 타주에 비하면 그렇게 '좋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햄스테드 같은 곳은 괜찮지만

 

음...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인세스트의 동네...라죠

 

 

 

몽고메리 지역의 빈곤율은 20%가 넘으며, 이는 전국 평균인 12%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평균 소득이 낮기 때문일까?

 

이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도대체 왜 이 주는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이러한 궁금증이 계속 떠오르다 보니, 오늘의 토픽은 바로..

 

기이한 세금 구조

 

알라바마의 재산세 (Property Tax)는 평균 0.36% 로 미국에서 정말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판매세 (Sales Tax)는 주 세율 4% + 지방세율 5.3% 정도 해서 9.3%로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https://taxfoundation.org/data/all/state/2024-sales-taxes/ 

 

State and Local Sales Tax Rates, 2024

Retail sales taxes are an essential part of most states’ revenue toolkits, responsible for 32 percent of state tax collections and 13 percent of local tax collections (24 percent of combined collections).

taxfoundation.org

 

 

세일즈 텍스가 아예 없는 동네도 있지만, 이렇게 높은 동네도 있네. 어디요? 알라바마요;;

 

이런 세금 구조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을 주는데, 이를 역진세(Regressive Tax)라고 한다.

 

알라바마는 재산세와 소득세가 낮지만, 판매세가 높아 저소득층이 소득 대비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경제적으로 부유한 주들은 일반적으로 재산세와 소득세 비중이 높고, 판매세 비중이 낮은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인접한 조지아주의 평균 재산세는 0.7%로 알라바마보다 높으며, 판매세는 7.35% 수준이다.

 

캘리포니아의 재산세는 0.66%, 판매세는 8.82%이고, 뉴욕의 재산세는 1.26%, 판매세는 8.52%이다.

 

이러한 세금 구조의 차이는 공공서비스 수준과 경제 발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높은 재산세와 소득세를 통해 확보된 재정이 양질의 공공서비스와 지역 개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금의 사용처

미국의 재산세(Property Tax)는 일반적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공공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공립학교 예산, 학교 시설 유지 및 보수, 도서관, 소방서와 같은 지역 인프라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판매세(Sales Tax)는 주 정부 예산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반 재정 수입으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고속도로, 다리 수리 등)나 자연재해 대응 자금과 같은 광범위한 주 차원의 재정 지출을 지원한다.

 

결국, 지역사회의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사용되어야 할 재산세가 지나치게 낮다 보니, 현재와 같은 불균형한 지역 환경이 형성되고 만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건데 

알라바마주의 낮은 재산세(Property Tax)는 역사적, 정치적 요인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19세기 남부의 농업 경제와 노예 제도의 영향은 특히 강력했다. 당시 대규모 농장을 소유했던 지주들은 자신들의 재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낮은 세율을 선호했다. 이러한 세금 정책은 노예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노예 해방 이후에도 세금 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남북전쟁 이후인 재건 시대(Reconstruction Era, 1865-1877)에 연방 정부는 남부 주들의 사회, 경제적 재건을 추진하며 세금 정책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많은 남부 주들은 기존의 사회적 계층 구조를 유지하고자 했고, 세금 정책의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강했다.

 

후훗 제법 멋지죠?

 

링컨이 노예를 해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짐 크로우 법으로 인해 공공장소, 공립학교, 대중교통, 심지어 공원까지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합법화되면서 실제로 흑인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흑인들이 이 법에 저항할 경우 체포, 구금, 구타를 당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인들만 잘 산다고 재산세를 올리라고 요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1901년 제정된 앨라배마 주 헌법은 재산세를 의도적으로 낮게 설정하였다. 이는 대규모 토지 소유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흑인 및 빈곤층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헌법은 여전히 재산세 인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공공 서비스 재정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민권운동과 여러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알라바마는 여전히 낮은 수준의 재산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공립학교와 지역 사회 서비스의 재정 부족으로 이어졌고, 결국 주의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2021년에는 헌법 개정을 시도하고, 새로운 사업체를 유치하기 위한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재산세 구조 자체에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알라바마의 재산세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조지아와 플로리다 역시 남부 주였지만, 이들의 헌법은 앨라배마만큼 재산세를 제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주는 세금 정책을 조정하고, 공공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이러한 조정은 교육, 인프라, 지역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앨라배마와의 격차를 더욱 벌이는 계기가 되었다. 

 

조지아와 플로리다는 산업 다각화에 성공하며 경제를 확장시켰다. 제조업, 물류, 관광, 기술 산업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 지역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조지아의 상징

 

 

 

반면, 앨라배마는 농업과 군사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 머물러 있었고, 이로 인해 경제 성장 동력이 제한적이었다. 산업 기반이 협소하다 보니, 공공 서비스와 지역 개발에 필요한 재정 확보도 더욱 어려워졌다.

 

White Flight 도 큰 영향

게다가 백인들의 교외 이주는 지역 세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1954년에 진행된 연방 대법원의 Brown v. Board of Education (347 U.S. 483) 판결로 공립학교의 인종 분리가 위헌으로 선언되었고, 이에 따라 흑인과 백인 학생들을 통합해야 했다. 그러나 많은 백인 가정들은 이러한 통합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 결과, 백인 부모들은 흑인 학생들과의 통합을 피하기 위해 자녀를 사립학교로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내가 거주하는 몽고메리 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공립과 사립 학교 간의 격차가 이렇게까지 극명한 지역은 처음 경험해서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주택 차별과 인종 장벽 

게다가 한동안에는 Redlining이 많이 이루어졌다. 이는 FHA에서 특정 인종, 특히 흑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해 주택 융자를 거부했던 차별적 관행이었다. 설령 대출을 받더라도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했으며, 서브프라임 대출 역시 주로 흑인들에게 집중되었다.

 

교외 지역은 주로 백인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유색인종의 입주는 암묵적으로 제한되었다.

이와 동시에, 도심 지역의 경제가 쇠퇴하면서 경제적 불평등과 치안 악화가 심화되었다.

결국, 많은 백인 가정들은 도심, 즉 다운타운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를 피하기 위해 교외로 이주하는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정치적 경제적 고립된 알라바마, 그리고 몽고메리

앨라배마는 미국 민권운동의 중심지 중 하나였지만, 그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특히, 1955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과 주지사 조지 월리스의 '영원한 인종 분리(Forever Segregation)' 선언은 인종 차별에 대한 강한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런 과거는 정치적, 경제적 고립을 심화시켰으며, 외부 투자를 저해하고 지역 발전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우리 동네 다운타운에 있는 로자파크 아주머니 동상

 

 

결론적으론,

 

인종차별+제도적 불평등 -> 낮은 재산세 -> 공공 교육 예산 나가리 -> 저소득층 기회 없음 -> 빈곤 대물림

과거 인종차별로 시작된 구조적 문제가 낮은 재산세와 공공 교육 예산 부족으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경제적 이동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뭐가 더 문제인지 하나하나 까볼 예정.

세금이나 인종차별로도 이정도인데

이 도시가 살아있는게 신기한 상황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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